가끔가다 나도 모르게 우울할 때가 있다. 보통은 '원인'이 되는 상황이 생기면 응당한 '결과'로 짜증과 분노, 우울감이 생기는 것이 지당한데

당최 내 감정은 이유도 없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유도 없이 쉽게 짜증이 나고, 평소에 넘어갔을 법한 일들에 화를 내는 나를 보면서 '내가 왜 이런거에 짜증을 내고 있지?' 라며 숨겨지지 않는 분노와 함께 자책감이라는 감정이 머리를 들기 시작한다. 이 자책감이 함께 따라오는 순간에는, 모든 사람과 얘기가 하기 싫어진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상대'가 싫어서 얘기하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내 감정도 제대로 모르고 짜증을 내는 내가 너무나도 싫다.

 

 

 

내 감정의 실 끄트머리를 속시원하게 찾을 때까지 어디 마냥 숨을 수는 없을까?

 

그러나 내가 당장 출근해야할 직장이 있다면, 내가 항상 부딪혀야 하는 가족이 있다면.. 생각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나를 더 짜증나게 만든다.

그런데, 차라리 잘 됐다. 이런 순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다 해결이 된다면 이 세상 우울증은 다 사라지고도 남았을테니까. 그리고 그 정도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이미 잘 해결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잠깐 바람쐬는 시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나만의 시간'은 오히려 그나마 괜찮았던 나를 우울증으로 몰고 가는 직행열차다.

 

 

 

이럴 때 지혜로운 질문 하나가 필요해

 

내가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 '나 왜 이러는거야?' 라는 질문... 이 질문에서 이 왜라는 게 도대체 뭘까. 지금 내 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어떻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나는 무슨 생각을 하지? 이런 구체적인 질문을 하다보니, 정말 나는 추상적인 생각과 추상적인 감정으로 답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나는 정확히 모르겠다. 이 감정이 분노인지, 질투인지, 자기혐오인지, 자책인지, 슬픔인지...

 

그래서 질문을 바꿔 보았다.

 

1. 내가 지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떠오르는 생각들은 어떤 것이었나?

2. 지금 불행한 건 알겠고, 그럼 내가 어떤 상황이면 행복할 것 같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반드시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타이핑하는 것이 좋다. 나는 원래 노트파이지만, 내 생각을 필기가 따라가지를 못 한다. 그래서 생각의 흐름을 정리할 때 메모장을 켜놓고 그대로 타이핑해보면 어느 정도 속이 시원함을 알 수가 있다.

 

때로는 질문 하나만 바꿔도 까스활명수같은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지금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친구들과 얘기해도 답이 없다면

자기만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대화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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